태극 추수
투로가 나를 아는 공부라면 추수는 상대를 아는 공부이다.
추수는 자기 의도와 힘을 써서는 안 되며 상대에 따른 변화를 얻어야 한다.
태극권의 투로와 추수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 모두 갖추어졌을 때 태극권의 전체가 완성됩니다. 투로는 태극음양의 법칙을 내 몸에서 일깨우는 법이고, 추수는 상대에 응하여서 태극음양의 법칙이 저절로 드러나도록 하는 법입니다. 따라서 추수의 수련 방법 역시 태극권의 기본 원칙에 따라야 합니다. 또한 이렇게 하여야 태극권 투로를 천천히 수련해야 하고 근육의 굳은 힘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명확해지게 됩니다. 밝은빛 태극권에서의 추수 학습은 옛 선배님들께서 남기신 뜻을 따르고 이에 부합하는 수련법을 진행합니다. 투로와 추수가 분리되지 않고 힘에 의존하지 않으며, 추수를 하는 가운데 투로에서 닦은 내공이 실현되고 상대에 응하여 저절로 적절함을 취하여 변화가 실현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1. 태극권 추수란 무엇인가?
ㆍ 추수(推手)란 그 용(用)을 구하는 것이다. < 진미명 >
ㆍ 태극권은 추수를 연습함으로써 용(用)에 이른다. < 양징보 >
ㆍ 평소에 주가(走架)를 하는 것은 나를 아는 공부이며, 타수(打手)를 하는 것은 남을 아는 공부이다. < 이역여 >
ㆍ 추수(推手)란 투로를 숙련한 다음 두 사람이 연습하는 것으로, 손과 발을 맞대고 경(勁)의 사용면에서 허실과 강유 그리고 주화점핍(走化粘逼)
및 제방축발(提放蓄發)의 정확성을 실험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 반작민 >
ㆍ 권가(拳架)는 ‘무극ㆍ태극ㆍ음양ㆍ오행’을 연마하여 신(神)과 기(氣)가 안으로 수렴하고 하나로 뭉뚱그리는 것이니 태극권의 체(體)이다.
타수(打手) 용법에서는 팔세(八勢)에 오행이 포함된 모든 법으로써 동작을 행하며 신과 기가 밖으로 펼쳐져 나와 여덟 가지로 변화하는 것이니
태극권의 용(用)이다. < 손록당 >
2. 태극권 추수의 목적
1) 투로를 바르게 이해한다.
ㆍ 투로에서 익힌 바를 상대에 응하여 적용하는 연습
ㆍ 비유하자면 외국어를 배워 Dialog로 대화해 보는 연습과 같다.
ㆍ 초기에는 규격 안에서 행하고, 능숙해지면 자유롭게 행한다.
2) 상대방과 힘과 에너지의 대화를 익힌다.
ㆍ 대화에서 순서와 상호 규칙이 필요하듯, 추수에도 규칙이 필요하다.
3) 기격에 필요한 감각을 익힌다.
ㆍ 추수 자체는 태극권의 원리에 입각한 감각훈련이지 기격 자체는 아니다.
3. 추수를 바르게 배우기 위한 조언
1) 의도를 버리고 상대(상황)에 응한다.
2) 뚝심(근육힘)을 쓰거나 버티지 않는다.
3) 하체의 힘과 굳어진 구조의 힘에 의존하지 않는다. 2)와 3)의 내용대로 뚝심을 쓰거나 몸이 굳어지면 타격을 당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4) 상대와 접한 부분에 의식을 둔다.
5) 생각과 판단을 하지 않는다.
6) 상대와의 접점을 기준으로 방(方)을 유지한다.
7)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원으로 연결되도록 한다.
8) 추수는 상대와의 대화이자 에너지 교류라는 점을 명심한다.
9) 추수는 태극권의 원리를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태극권의 방식대로 상대에 응해야 한다.
10) 추수를 진행하는 내내 상대와의 접촉(점)을 유지해야 한다.
4. 첨연점수(沾连粘随)
ㆍ 태극권의 추수가 성립되기 위한 기본조건으로 상대와 한 점으로 가볍게 맞붙는 상태를 말한다.
ㆍ 첨의욕습행화우(沾衣欲濕杏花雨) : 살구꽃 피는 봄날 는개에 옷이 젖는다.(남송 시대의 시) 마치 가는 비에 옷이 젖어 피부에 가볍게 붙듯이
내 손이 상대의 손에 붙어야 한다.
ㆍ 첨연점수를 위해서는 반드시 사기종인(舍己從人)한다.
ㆍ 상대에게 집중한다.
ㆍ 첨연점수는 협상하는 기술, 대화하는 덕목이다.
ㆍ 첨연점수가 안 되면 태극권 추수가 성립되지 않는다.
첨연 | 양 | 내가 접촉을 시도(첨) | 접촉을 계속 이어감(연) |
점수 | 음 | 나의 접촉을 이어 받음(점) | 점을 유지하며 상대를 따름(수) |
5. 청경ㆍ동경ㆍ신명
청경(聽勁) | 동경(懂勁) | 신명(神明) |
손의 음양허실이 분명한 상태 | 몸통의 음양허실이 분명한 상태 | 보(步)의 음양허실이 분명한 상태 |
정(精) | 기(氣) | 신(神) |
수신족(手身足) 삼자의 합(合)을 외삼합(外三合)이라 하고 | ||
정기신(精氣神) 삼자의 함(合)을 내삼합(內三合)이라 한다. | ||
내삼합과 외삼합은 분리된 기술이 아니라 하나에 대한 안과 밖이다. |
6. 화경과 발경
화경(化勁) | 발경(發勁) |
점을 이룬 후 상대의 에너지를 이끌어 들임(원圓) | 상대를 허하게 하여 방을 유지하면 상대가 튀어 나가게 됨(방方) |
ㆍ 발경은 힘으로 상대를 밀쳐내거나 외형적 기술을 쓰는 게 아니라, 음양법칙에 근거한 합작용이다.
ㆍ 처음 추수를 연습할 때 청경과 화경의 교묘함에 집중하여야 하며 일시적인 우열에 집착하여 억지를 쓰면 안 된다.
ㆍ 상대를 날리고도 자신이 알지 못할 때에 비로소 이런 발경의 오묘함을 마음에 기울여 체험하고 깨칠 수 있게 된다. < 손록당 >
7. 올바른 추수를 위한 요결
ㆍ 사기종인(舍己從人) - 응물자연(應物自然) - 인진낙공사량발천근(引進落空四兩拨千斤)
ㆍ 용의불용력(用意不用力) -차력타인(借力打人) - 첨연점수(沾连粘随)
태극 산수
태극권의 초식을 적용하여 상호간의 손발의 교차 감각과 공간감각을 익힌다.
태극권의 수련 과정은 다음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1. 도인법(導引法) : 내 몸을 원래의 조화로운 상태로 회복
2. 투로(套路) : 내 몸의 올바른 음양 작용 원리인 원방(圓方)을 단련, 나를 아는 공부
3. 추수(推手) : 상대에 따른 변화 원리를 체득, 원방(圓方)의 활용, 상대를 아는 공부
태극권의 이러한 주요 수련법을 올바르게 익힌 후에 태극권의 초식을 상대에게 적용하여 상호간의 손발의 교차 감각과 공간감각을 익히는 특별한 수련법이 있습니다. 이 수련법은 산수(散手)라는 이름으로 전승되고 있습니다. 태극 산수의 핵심은 단순히 손발로 때리고 차는 동작을 서로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내오행보(內五行步)와 외오행보(外五行步)의 작용을 분명히 하여 상대방에 대한 공간 조절의 다양한 기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상호 짝을 맞추어 안전하게 태극권의 동작을 적용해 보는 태극 산수는 태극권의 내공 활용을 위한 주요한 수련법일 뿐 아니라 매우 흥미롭고 유희적인 측면이 있어 함께 즐기는 수련법으로도 적합합니다.
태극 갈수
추수를 통한 변화 원리가 상대에 따라 직감적으로 드러나야 하는 추수의 정화
태극권 갈수는 두 사람간의 태극권의 실용적 사용을 연습하는 수련법 입니다. 추수를 통해 학습된 ‘응하여 변하는 원리’가 ‘상대에 따라 직감적으로 드러나야 하는’ 추수의 정화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갈수를 통하여 투로에서 학습한 태극권 초식을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이때에 이르면 손록당 선생의 ‘신은 곧 의다’라는 말의 의미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갈수십육목(擖手十六目)
1. 교(較) | 기량의 고하를 겨루다. |
2. 접(接) | 손이 서로 닿다. |
3. 첨(沾) | 손이 물에 젖듯 맞붙다. 살구꽃 피는 봄날 비에 옷이 젖는다(沾衣欲濕杏花雨)의 沾이다. |
4. 점(粘) | 아교처럼 찰싹 붙다. 상대의 손이 내게 붙었다면(沾), 떨어져 나가지 못하게 한다. |
5. 인(因) | 상대가 다가왔다. |
6. 의(依) | 상대의 몸에 바짝 기대어 붙다. |
7. 연(連) | 손과 손이 붙어 이어지다. |
8. 수(隨) | 상대의 세(勢)에 따라 나가고 물러서다. |
9. 인(引) | 상대가 들어오게 유인하여 이끌다. |
10. 진(進) | 상대로 하여금 앞으로 나서게 하여 도망가지 못하도록 한다. |
11. 낙(落) | 떨어지다, 落成하다의 낙이다. 낙숫물이 땅에 떨어지고 낙엽이 땅에 떨어지듯 한다는 말이다. |
12. 공(空) | 상대가 내 몸을 때리려다 헛손질을 하게 하다. |
13. 득(得) | 내가 유리한 기틀과 세를 얻다. |
14. 타(打) | 기틀과 세가 때릴 만하면 틈을 보아 상대를 때리다. |
15. 질(疾) | 질풍처럼 빠르다. 약간이라도 주저하고 늦어지면 때릴 수 없다. 기틀과 세를 잡는데는 신속함이 가장 귀하다. |
16. 단(斷) | 결단을 의미한다. 조금만 주저해도 기회는 사라지고, 상대를 때릴 수 없다. |
갈수삽십육병(擖手三十六病)
추수 혹은 갈수를 함에 있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36가지 사항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36가지 병폐는 모두 < 힘을 주거나 >, < 자기 의도를 주장하거나 >, < 변화하지 못하는 것 >으로 귀결됩니다. 36가지 병폐는 전부 범하거나 서너 개, 혹은 두세 개를 범하기도 하는데 이 병폐를 범하면 법수(法手)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법수가 성립될 때는 어떤 병폐도 범하지 않으며 태화원기(太和元氣)에 이롭습니다. 본래 순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까닭입니다. 추수를 비롯하여 산수, 갈수 등의 태극권의 권리에 따르는 대인(對人) 수련을 할 때에는 이 36병폐를 행하지 않도록 반드시 주의하여야 합니다.
1.抽(추) | 쳐들어갔으나 세를 얻지 못해 자신이 패할 것을 알고 몸을 빼치다 |
2.拔(발) | 몸을 돌려 도주하다 |
3.遮(차) | 손으로 사람을 가리다, 막다 |
4.架(가) | 팔로 상대의 손을 가로 막다 |
5.搕打(갑타) | 사물로 쳐서 (상대를) 때리다 |
6.猛撞(맹당) | 갑작스럽게 돌진해 들어가다. 무모하게 힘을 믿고 어거지로 부딪히는 것이니, 부자연스럽게 힘에 의존해 요행수로 이기고자 하는 것 |
7.躱閃(타섬) | 몸을 빼 피하여 상대의 손을 피함. 피해 도망 다니면서 상대가 넘어지게 하려는 것 |
8.侵凌(침릉) | 상대의 세력 범위 안으로 들어가 상대를 억압하려는 것 |
9.摲(참) | 칼로 물건을 베거나 찍듯이 하는 것 |
10.摟(누) | 손으로 상대의 몸을 눌러 안거나 붙들다 |
11.扌冒 (모) | 손으로 기대듯 부축하거나 저항하다 |
12.搓(차) | 양손을 비비듯 손과 팔꿈치로 상대에게 비비다 |
13.欺壓(기압) | 欺는 사람을 어르고 속이는 것이며, 壓은 내 손으로 상대의 손을 억지로 누르거나 잡는 행위 |
14.挂(괘) | 손이나 발로 상대를 걸다 |
15.離(리) | 상대가 나를 가격할까 두려워 상대방에게서 떨어짐 |
16.閃賺(섬잠) | 어리석은 사람을 속여서 때림 |
17.撥(발) | 내 손으로 상대를 억지로 밀어내다 |
18.推(추) | 손으로 한 쪽으로 밀치는 것 |
19.艱澀(간삽) | 손을 익숙하게 쓰지 못하다 |
20.生硬(생경) | 기세에 기대어 사람을 때리고, 설익은 상태로 이기기를 바라다 |
21.排(배) | 한 편으로 줄을 서듯 물러서는 것 |
22.擋(당) | 끌어들이지 못하고 손으로 억지로 막다 |
23.挺(정) | 뻣뻣함(硬)을 말한다 |
24.覇(패) | 힘이 있은 연후에 군림하고 제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覇者는 힘으로 남을 복종시킨다’는 의미이다 |
25.騰(등) | 오른손으로 상대를 맞이하고 다시 왼손으로 상대의 손을 막아 오른손을 빼내어 상대를 가격하는 행위 |
26.拏(나) | 상대를 등지고 상대를 잡는 행위 |
27.直(직) | 너무 직선적이어서 감도는 맛(意)이 없다 |
28.實(실) | 너무 고지식하여 남에게 속는 것 |
29.鉤(구) | 발로 갈고리 걸어 취하다 |
30.挑(도) | 위아래로 떠메다 |
31.掤(붕) | 中氣로 상대의 손을 받는 것이 아니고, 硬氣로 상대의 손을 막다 |
32.抵(저) | 힘으로 정면으로 맞서다 |
33.滾(곤) | 다칠까 두려워, 마치 공이 구르듯 옆으로 굴러 피하다 |
34.根頭棍子 (근두곤자) |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결과를 초래함 |
35.偸打(투타) | 정당하게 때리지 못하고 방어할 수 없는 곳에서 몰래 치다 |
36.心攤(심탄) | 기량이 남보다 못하면서, 때릴 욕심만 앞서면 반드시 실패한다. |
태극 찰검
태극검을 익힌 후 상호 검의 사용법과 감각을 익힌다.
수련이 깊어지면 실용적인 운기법과 신법(身法)을 얻게 되고 집중력과 직감력이 발달한다.
태극찰검은 태극검 투로를 익힌 후에 상호 검의 사용법을 익히는 수련법입니다. 마치 태극권의 투로를 익힌 후에 추수를 통하여 상대에 따른 변화를 학습하는 것과 같습니다. 태극찰검의 초기 단계에서는 서로의 검을 마주 붙이고 일정한 방향에 따라 검을 떨어뜨리지 않고 움직이는 연습을 합니다. 이를 통하여 상대방의 검에 반응하는 기초를 마련하게 됩니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상대의 다양한 움직임에 따라 적절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연습을 하고 검을 떨어뜨리지 않고 변화하는 바가 충분히 익숙해지면 몸과 보법이 함께 움직이며 연습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에 응해서 검을 세우거나 눕히는 법, 검의 위치 조절을 통하여 상대의 검으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하는 법, 나의 검이 상대에게 도달하는 법, 상대의 검과 나와의 거리감, 공간감, 시간감각 등이 학습됩니다.
상대의 검과 움직임에 응하여 나와 나의 검이 적절한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검의 실용을 수련하는 방법으로 검으로 하는 추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찰검의 수련이 깊어지게 되면 실용적인 운기법(運氣法)과 신법(身法)의 획득은 물론 집중력과 직감력이 발달하며 의식의 출입이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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