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이 무릎 관절에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계속되는 런지로 무릎에 연결된 허벅지 근육을 강화시켜, 관절에 부하를 줄여주며
이미 무릎의 관절염이 있는 환자에게도 지속적인 중저강도의 부하가 증상의 호전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관절염 태극권'이라는 것이 있을 정도입니다.
관절염 태극권의 수련모습
저는 수많은 태극권 중에 양식, 정자, 진식 태극권을 수련해 본 대단치는 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학을 공부하면서 접하게 된 바이오메카닉스와 무릎 관절의 생리, 병리를 다 취합하여 고려해 보건대,
태극권이 무릎 관절에 좋다라는 명제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약간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무릎에 대하여 간단하게 알아봅니다.
무릎관절의 개념도를 보겠습니다.
무릎을 앞에서 본 모습
무릎은 아래는 정강이뼈 위에는 허벅지뼈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강이뼈 위에는 충격흡수와 윤활을 위한 연골판(meniscus)가 내측과 외측 2군데에 올려져 있습니다.
무릎은 생리상 쭉 펴있을 때는 주변의 인대가 긴장하여 딱딱해지지만,
굽히고 있을 때는 느슨해져서 상하좌우의 운동이 원활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무릎이 굽혀지는 원리
무릎이 굽혀질 때는 정강이 위의 연골판 위에서 허벅지뼈가 미끄러짐과 구름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움직입니다.
일반적인 경첩의 원리와는 약간 다르죠. 그래서 연골판이 매우 매끄러워야 이런 동작이 잘 됩니다.
연골판 입장에서는 맷돌 사이에 끼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아무래도 연골판은 굽히고 피는데는 잘 견딜 수 있지만, 회전이 들어가면 진짜 맷돌 사이에 갈리는 것처럼 힘을 받습니다.
그래서 어느 상황에서 연골판이 잘 찢어지는가하면,
무릎 연골판의 손상기전과 증상
꼬임(회전), 스쿼트자세, 갑자기 자세를 바꿀 때 많이 찢어집니다.
찢어지는 모양은 크게 6가지의 형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세로파열, 양동이 손잡이 파열, 플랩파열, 가로파열, 앵무새 부리 파열, 퇴행성파열)
손상의 정도는 찢어진 양, 찢어진 부위, 십자인대나 측부인대와 같이 손상되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예후입니다.
연골판 손상의 위치에 따른 예후
Red zone에서 찢어지는 경우와 White zone에서 찢어지는 경우는 예후와 치료가 다릅니다.
왜냐하면 연골판은 기본적으로 혈관이 없어서 영양물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아물기가 힘듭니다.
그나마 Red zone쪽은 혈관하고 가까운 쪽이라 영양물질을 확산을 통해서 받아들이므로 자가치유가 어느정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Red zone의 손상은 연골판을 꿰맬수도 있고,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붙어보기를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White zone의 손상은 영양물질을 공급받지 못하는 곳이어서 찢어진 곳이 더 벌어지거나 아물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통해 문제가 있는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골판 손상의 위치에 따른 봉합 혹은 제거 범위
그런데 태극권 수련시 무릎이 아픈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낮은 런지자세를 반복한다고 해서 무릎이 아프지는 않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허벅지의 근육통을 먼저 느끼지요.
허벅지는 안아프고 무릎만 아픈 경우에는 우선 쉬는 것을 권합니다.
특히 무릎 내측쪽이면 쉬면서 동작이 무릎에 해를 끼치지는 않았는가 반추해보아야 합니다.
태극권 수련시 무릎 관절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세
여러 태극권을 수련해보았는데, 진식이 자세가 제일 낮고 멋있습니다.
다른 형태의 태극권은 진식 태극권에 비해 비교적 자세가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진식 태극권 수련시 무릎에 부담을 느낄 확률이 아무래도 더 높죠.
개인적으로는 진식 태극권을 가장 오래 수련했으므로 진식을 위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위에 설명된 연골판의 손상 메커니즘을 감안하고 진식 노가 1로 투로를 보았을 때 어떤 자세가 가장 위험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질차(跌岔)입니다.
질차(跌岔)
자세를 낮추다가 저 자세까지 땅에 닿은 후 오른발에 힘을줘서 다시 일어나서 금계독립이라는 자세를 취합니다.
시연을 실제로 보면 매우 어려운 자세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무릎의 과도한 굴곡과 비틀림 거기에 무게까지 실리면,
열심히 수련했을 때 장기적으로 무릎 연골판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연골판이 수분이 서서히 적어지는데 컨디션이 안좋은 상태에서 저 동작을 하면 더 위험합니다.
그래서 보통 작지룡(雀地龍)의 형태로 수련을 많이 합니다.
마홍 노사의 작지룡(雀地龍)
하지만 태극권 고수 마홍 노사의 작지룡도 보니 오른쪽 무릎이 valgus(외반) 되어서 굽혀져 있네요.
이런 자세는 내측 연골판과 내측측부인대에 부담을 줍니다.
스쿼트 시 valgus되어있으면 무릎에 좋지 않기 때문에 PT 선생님이 교정해 줍니다.
그래서 스쿼트 시 PT선생님들은 무릎이 외반(valgus) 안되었는지를 유심히 봅니다.
저는 추천하길 무릎이 아무리 굽혀져도 90도까지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더 굽히면 무릎 주변의 인대가 더 느슨해지고, 느슨해지면 회전이 더 쉽게 일어나 탈이 날 수 있으니까요.
체형과 나이에 따라서 더 자세가 높아도 됩니다.
또 생각나는 게 있다면 전사경을 너무 의식하는 것입니다.
전사경 설명
팔의 회전이야 무게가 안실리니 무리하지만 않으면 관절에 큰 무리는 안가는데,
저 모식도 대로 하려고 그러는지 투로중 다리에 회전의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투로 중간중간 위의 그림과 같은 형태로 무릎이 되기도 합니다.
연골판 파열의 주요 메커니즘중 하나인 꼬임(회전)이죠.
이런 것을 예방하면서 태극권의 투로를 즐기고 싶다면?
저는 몇가지 제안을 해봅니다.
1) 체중이 실린 무릎의 굽혀지는 각도가 90도보다 작으면 안된다.(무릎은 근생리상 약 90도 정도가 제일 힘이 좋습니다.)
2)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무릎의 회전이 일어나는 것을 주의해야 하고, 무릎은 굽히고 펴는데에 더 알맞은 관절임을 잊지말자.
3) 고관절의 유연함에 신경을 많이 쓴다. 도장에서는 과라고 하고 과를 방송하라고 요구합니다. (고관절이 유연할수록 회전력이 무릎으로 안가고 고관절로 흡수됩니다.)
위의 제안대로 한번 진식 노가 1로 투로를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진식 투로를 도는데 양식이 혼합된 투로 스타일이 나와버리네요.
태극권의 큰 유파인 진식 태극권과 양식 태극권의 겉보기 차이는 무엇일까요?
보통 많은 사람들이 자세의 높이와, 무릎의 회전여부(속칭 전사경)를 예로 듭니다.
아마도 양식 태극권의 외적인 면에서 오리지날 진식 태극권의 모습이 사라진 이유를 추정해보자면,
양식 태극권의 창시자 양로선(1799–1872)이 무릎의 부상을 겪었거나 위험성을 인지하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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