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해부학 이미지
나모의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올해 들어서 바리와 나모가 서울에서 워크숍을 자주 진행한다. 춤추는 섬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이 큰 만큼 서울에서 진행하는 워크숍은 꼭 참여하려 한다. 이번 워크숍은 <duet dance with brain>이다. 나의 뇌와 춤을 추는 게 되기도 하고 파트너의 뇌와 춤을 추는 게 되기도 한다.
공간을 걸으면서 시작했다. 내가 이 공간에 적응하는 게 아니라 공간이 나를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간이었다. 내가 주체가 되어 공간에 적응하지 않고 공간이 주체가 된다. 공간이이라는 환경에 주체의 자리를 내어주었듯이 에고 대신 몸에게 주체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무언가 시작할 때는 언제나 긴장되는 법이다. 느슨하고 유연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잠시 수동적인 상태가 되어 보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낯선 몸들이 서로를 환경 삼아 공간을 꽉 채우고 있다. 몸들이 움직이니 공간도 변한다. 발가락 사이 공간, 다리 사이 공간, 사람과 사람 사이 공간을 인지하면서 공간을 걸었다.
공간의 앞면을 인식하였다. 몸의 중심에 많은 것들이 있음을 알았다. 코, 입, 배꼽, 골반, 생식기 등이 있다. 앞면을 인식하며 움직임을 탐색했다. 몸 인지 작업을 할 때 움직임이 일어나기를 기다릴 때가 있고, 움직임을 통해서 인지를 할 때가 있다. 나모가 이야기한 것처럼 감각되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니까 감각되는 것이 있다. 발생학적으로도 운동을 통해서 감각이 활성화되기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비교적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앞면에서 뒷면으로 넘어와 뒷면을 인식하며 움직였다.
때로는 시적인 표현이 몸을 강하게 끌어당겨 움직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오늘 들었던 표현은 물 위에 떠있는 꽃잎들이 모이고 퍼지듯이 몸의 피부에서 일어나는 일렁임의 비유가 있었다. 이러한 표현을 들으면 몸이 직관적으로 반응하여 ‘앎’으로써 가득찬 상태가 된다. 인지가 손끝까지 발끝까지 뻗쳐 충만해진다. 내가 움직여서 공간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움직임과 동시에 공간이 변화한다. 혹은 앞의 공간과 뒤의 공간이 나를 서포트하여 내 몸이 움직인다. 수축과 확장이 동시적으로 일어난다. 앞이 수축하면 뒤가 확장되고, 뒤가 수축하면 앞이 확장된다.
척수를 하나씩 하나씩 닫아주는 중
발생학적으로 뇌의 척수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나모가 설명하였다.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이란 용어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이 세 가지가 서로 어떻게 진화하고 막을 형성하는지 이야기해주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양수 막을 스스로 형성한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책에서 읽었던 내용은 각 세포가 역할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분화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스스로 알고 진화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고민이 생기면 우리의 세포에게 먼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파트너와 만나서 척수의 길을 따라 하나씩 잠궈 주었다. 척수의 끝과 끝을 터치하였다. 움직이는 사람은 자신의 척수의 양수, 물성을 느끼며 움직였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향하는 척수의 흐름,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척수의 흐름, 나선형의 흐름을 느끼면 척수를 탐구했다. 이후 정수리를 잠구어 주었다.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양수는 정수리에 부딪혀 리바운딩 한다. 그리고 아래 척수도 잠구어 준다. 그러면 위 아래로 끝없이 리바운딩 하며 척수가 흐른다. 발생학적으로 이러한 상태는 무중력의 상태라고 한다. 척수의 양수와 몸을 가득채운 양수의 연결성을 인식하며 춤을 추었다. ‘몸은 하나다’라고 느낄 때가 있고 몸은 여러 개의 집합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몸의 여러 가지들이 통합될 때는 하나라고 느끼는 반면 몸의 여러 성질이 있다는 것을 알 때는 여러 개라고 느낀다.
이후 소뇌와 대뇌를 해부학적으로 이해했다. 소뇌를 통해서 고개를 돌릴 때와 경추를 통해서 고개를 돌릴 때의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소뇌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우리가 어떠한 대상을 인식하고, 손으로 탐색해서 이해하고 나서야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뇌를 통해서 하나의 대상을 즉각적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뇌가 양수에 의해서 떠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사람은 주먹을 쥐고 한 사람은 양 손으로 주먹을 감싼다. 주먹이 움직이는 것과 감싼 손이 움직이는 것. 그리고 함께 움직이는 것의 차이를 파악했다. 아주 간단하게 컨테이너와 컨텐츠의 원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 파트너가 눕는다. 누운 파트너의 머리를 터치한다. 누운 사람은 뇌와 척수를 인지하며 움직인다. 자세를 바꾸어 가며 척수를 다양한 방면으로 뻗어낸다. 척수와 뇌의 움직임을 위해서 팔과 다리가 돕는다. 혹은 말단으로 표현이 확장되어 나타난다. 척수의 움직임이 시선을 통해서 표현된다. 파트너는 터치를 통해서 개입이나 제안을 하지 않는다. 그저 움직이는 사람을 접촉하고 터치하며 따라간다. 터치를 통해서 움직이는 사람의 인식 작용을 돕는다. 그렇게 움직이다가 제안을 한다. 터치로서 제안을 한다. 힘을 가하여 함께 움직인다. 여기서는 단순히 피부 표면을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몸 내부까지 접촉을 뻗쳐보는 것이다. 파트너의 척수를 손으로 접촉하는 것이다. 몸 내부로 접촉을 할 수 있는지 실험해본다. 피부를 터치하는 것과 몸 내부의 척수를 터치하는 것에 있어서 손의 세포들의 반응이 달라진다.
뇌 척수 블루스 타임
이후 파트너와 블루스를 추었다. 한 손은 머리, 한 손은 등 척수를 접촉한다. 납작하게 이야기하자면 소뇌와 대뇌의 차이를 감각하며 블루스를 추었다. 소뇌는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판단 없이 무엇이든 받아들이는 상태다. 대뇌는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고, 반응하고, 생각하여 표출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스위치를 조절하듯이 뇌의 스위치를 조절하여서 내가 어떠한 상태에 머물고 싶은지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 의해 어떠한 춤을 추고 싶은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거 같다.
[출처] 주나모 <뇌와 함께 듀엣춤> 워크숍 [1]|작성자 종달새
뇌척수액에 대해서 설명하는 나모
공간을 걷는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움직인다. 스타일이 없어도 좋다. 어떠한 끌림을 따라간다. 흐름이 생겨난다.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흐름을 따라간다. 형태를 만들어 흐름을 타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타니 형태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자신의 흐름에 공간을 포함한다. 자신의 흐름에 음악성을 포함한다. 흐름이 주는 느낌을 느껴본다. 흐름에 느낌을 더한다. 나의 흐름에 내가 원하는 방향성, 힘, 정도, 퀄리티, 운동, 표현, 음악, 리듬적인 느낌을 넣을 수 있다. 혹은 흐름 자체에서 오는 느낌들을 감각하며 즐겨본다.
바닥에 눕는다. 식물이 물을 흡수하듯이 코로 공기를 흡수한다. 그리고 나서 세포호흡을 진행한다. 그래도 2년 전 춤추는 섬에서와는 달리 세포와 조금 더 친근하다. 세포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에 어느 정도는 동했나보다. 몸 안에 세포는 물과 함께 있다. 물은 바다다. 코로 호흡하지 않고 세포 전체가 호흡한다. 세포호흡을 하면 잠이 쏟아진다. 아무래도 잠이 안 올 때 세포호흡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
뇌척수액과 관절의 윤활액의 연결? 연관성? 설명 중
세포내액과 세포외액 설명을 들었다. 막이 있는 세포 내액은 존재감이 있는 상태다. 막이 있으니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형성하여 존재감이 생겨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세포막은 투과성이 있다. 필요한 건 흡수하고 필요 없는 건 흡수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시에 세포외액의 물과 소통한다. 나모는 세포내액과 세포외액을 ‘표현’ 상태로 설명하였다. 세포외액은 조금 더 표현하는 상태에 가깝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총 세 가지의 층위가 생긴다. 존재하는 상태. 표현으로 나아가려는 중간 상태. 표현하는 상태. 아마도 이렇게 기억한다. 조금 더 명확한 어휘를 사용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쨌든 세포내액과 세포외액의 톤과 퀄리티가 다르다. (덧붙이기 : 피부로써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만드는 내 존재 전체를 세포로 바라볼 수 있다)
이후 나의 뇌척수액과 파트너의 뇌척수액을 동시적으로 인지한다. 뇌척수액과 연결된 몸의 신경망이 있다. 파트너와 고요하게 뇌척수액을 인지하다가 때가 오면 터치로 만난다. 여기에서 터치는 판단이나 해석이 들어가지 않는다. 판단과 해석이 없으니 한결 편안하다. 마음은 판단과 해석을 하지 않으려 하지만 해석과 판단은 종종 일어난다. 그래도 다시금 우리 서로가 집중하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나모와 숑의 아름다운 듀엣
잠깐 동안 움직여보고 다시 한 번 뇌척수액과 근막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근막이 온몸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근막에 감정이 묻어 있다거나 근막 스스로 사고한다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거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근막을 인지하려 하면 근막이 알아서 스스로 재조직하며 자신의 기능 그 이상을 발휘하여 나를 이끌어주는 거 같다. 그 힘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는데 역시 몸의 어떤 것이든 내가 발휘하는 게 아니라 몸이 발휘하도록 하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근막이 액체라고 했던 지점도 흥미롭다. 딱풀 같은 끈끈함을 떠올리다보면 물성보다는 끈적거리는 질감이 떠오르는데 물과 같은 액체라는 것이 근막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도왔다. 근막은 끈적거린다. 근데 동시에 물과 같다. 근막도 몸의 물 안에서 연결되어 있으니 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겠지?
뇌척수액의 막 안에 물이 있고 물에는 또 막이 있다. 2중이라고 했었던가. 4중이라고 했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양수에 떠 있는 뇌척수액이 근막으로 다른 신체 기관과 연결되어 있으니 그 지점을 탐구하였다. 뇌척수액은 물로 인식이 되었는데, 끈적이는 근막으로 연결을 하려고 하니 쉽게 연결되지는 않았다. 물처럼 흐르는 근막을 탐색해보아야겠다.
다시 한 번 파트너와 작업을 시작한다. 뇌척수액을 부드럽게 터치한다. 파트너를 따라가기 보다는 파트너와 함께 한다. 따라가려고 하면 한 발 늦는다. 파트너를 몸으로 바라보고 인식한다. 터치는 너무 많은 압력을 가하지는 않는다. 가볍게 터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후 관절액을 터치한다. 뇌척수액과 각 관절들을 연결하여 움직인다. 서로 근막으로 연결되어 있고, 양수로 연결되어 있다. 관절 터치 혹은 관절과 춤추기를 이어가다가 압력을 줄 수 있다. 압력에 어떠한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는지 탐색한다. 듣는 것이 익숙하다보니 압력 혹은 장력에 의한 움직임의 물꼬가 어떻게 트일 수 있을지를 이해해보느 시간이었다.
감각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움직여서 감각된다.
[출처] 주나모 <뇌와 함께 듀엣춤> [2]|작성자 종달새
해부학 사진을 보여주는 나모. 어떤 사진 봤는지 기억은 잘 나지않음. 역시 사진으로 기록을 해야..
10분간 명상을 했다. 척수를 상상했다. 나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라서 굉장히 고요해진다. 일어나서 손으로 자연을 만든다. 마치 내가 신이 된 것처럼 말이다. 산, 바다, 강, 나무, 동물, 곤충, 바람, 물결, 들판, 호수, 물살이 등을 만들며 손으로 형상을 그려 나간다.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고민하는 틈이 없다. 손이 다 알고 있고 유여히 공간에 그림을 그려나간다. 나모의 말을 빌리면 훌라춤에 가깝다. 공간을 걸으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감각해본다. 감각해서 움직이지 않고 움직이면서 감각해본다. 몸의 각 부위들, 마음들로 공간을 감각한다. 공간을 느껴보고자 하는 몸으로서 존재한다. 그 상태가 표현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움직이는 흐름과 상태는 이어가며 감각하는 것과 표현하는 것의 차이를 인식해본다.
나모가 두개골과 척추 1번이 만나는 지점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흐르는 뇌척수액의 방향에 대해서 설명을 하였다. 그곳에서 물이 생겨난다. 작은 두유 한팩 정도라고 했나? 기억이 잘 안나지만 매일 그 정도의 물을 생산하다고 한다. 아래로, 위로, 원으로, 뒤에서 앞으로 흐르는 물의 방향이 있다. 그리고 미주신경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뇌척수액과 연결된 많은 신경계의 갈래들이 장기와 연결된다. 그리고 이제 이것을 바탕으로 파트너와 함께 진행한다. 뇌와 연결된 장기들을 느낄 수 있도록 뒤통수와 장기를 함께 터치한다. 터치한 사람은 파트너의 몸을 초대할 수 있다. 터치 받는 사람은 뇌와 연결된 장기를 느껴보면서 움직인다. 그 사이 거리를 감각해본다. 장기의 동물성을 느껴본다. 여기에서 느낀 것은 손바닥으로 어떻게 터치하는지에 따라서 감각이 다른 것이었다. 나모가 제안하기를 척수가 시작되는 부분을 터치할 때는 너무 큰 압력으로 터치하지는 말라고 하였다. 압력이 너무 강하면 힘이 강하게 느껴져 척수가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뒤통수를 터치하면 정말로 각 구멍들을 통과하는 부분들이 잘 느껴진다.
바닥에 있는 뇌 조각들. 제일 오른쪽은 아기자세 하고있는 형상 같기도 하다.
이후 척추 신경계의 앞과 뒤에서 나오는 신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뒤에서 나오는 신경들은 등을 타고 팔 뒤쪽으로 뻗어나간다. 앞에 있는 신경은 몸의 앞쪽 면으로 뻗어나간다. 그래서 감각은 뒷면을 타고 들어온다. 반대로 운동이나 표현은 앞쪽으로 나간다. 이후 파트너와 함께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을 실험해보았다. 척수 신경과 손끝을 터치하여 뒤쪽으로 연결된 선을 감각하며 움직이면서 들어오는 느낌들이 몸의 어떠한 면의 굴곡을 따라서 들어오는지 관찰하였다. 파트너는 감각이 들어오는 방향대로 손에서부터 어깨까지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반대로 뒷목에서부터 바깥쪽으로 나가는 운동 신경의 방향을 따라서 몸을 부드럽게 쓸어주면서 몸의 감각을 깨우도록 도와주었다. 손이 뒷목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우리의 다리도 고관절이 아닌 척추 아래에서부터 시작된다. 요가 수련할 때 부장가아사나를 하면 왜 다리가 저릿저릿한 것인지 대략적으로만 이해했는데, 신경들이 정말로 거기 있다는 명확한 정보가 몸의 인식을 더 뚜렷하게 해주었다. 손으로 연결된 척수신경을 인식했던 것처럼 척추 아래에서부터 다리로 연결된 신경들을 인지하면서 움직였다. 파트너는 신경을 따라 나가는 방향 들어오는 방향을 손으로 쓸어주고 터치하며 인식을 도와주었다.
"뇌 신경이 뒤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파트너와 탐구를 해보니 들어오는 감각은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뒷면을 따라 감각이 들어온다기보다는 앞과 뒤 전체적으로, 입체적으로 흡수되며 감각이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반대로 운동신경의 표현들은 앞쪽으로 뻗어나가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앞면에만 한정되어서 나타나기 보다는 말 그대로 앞 공간을 향해서 움직임이 표현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등골이 오싹하다는 표현이 있는데 감각이 뒤쪽으로 들어오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하다.
근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근막 작업을 시작했다. 파트너의 척추와 팔을 따라 연결된 몸을 마사지해주어 연결된 선을 깨워주고 피부를 터치하였다. 피부만 터치하니 묘하다. 모든 신경이 접촉되는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우리 몸 전체를 휘감는 안쪽 근막이 아닌 막이 되어주는 바깥족 근막을 터치하며 피부에서 조금 더 깊은 터치를 이어간다. 나모의 말을 빌리면 단순히 팔만 보고서 터치하는 것이 아니라 근막으로 연결된 피부, 외근막을 터치했을 때 터치 받는 사람도 자신의 피부와 근막 전체가 당겨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경험했을 때는 접촉 부분(당기는 부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 가장 잘 느껴졌다.
부드러운 터치
오늘 몸풀기를 진행할 때 소리를 내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소리를 내보았는데 입체적인 두개골의 모양이 느껴졌다. 바깥으로 내는 소리, 안으로 내는 소리, 목으로만 내는 소리, 누군가에게 보내는 소리가 각각 다르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위쪽으로, 뒤쪽으로 보내는 소리가 다르다. 소리를 보내니 소리가 통과하는 공간과 길이 느껴진다. 내 성대의 능력치가 이정도인 줄은 몰랐다. 내고자 하는 소리를 스스로 결정하고 낼 수 있다니. 바디마인드센터링을 바탕으로 춤을 추거나 움직이면 육체적으로 존재하는 상태가 동물적인 것과 쉽게 연결이 된다. 나모가 이야기했던 판단하거나, 해석하는 상태보다는 몸에 들어오는 감각과 정보를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그 상태 말이다. 인간이라서 혹은 인간만이 무언가를 해석하고 반응한다고 규정짓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몸에 충실할 때 내 자신이 동물적이라고 느낀다. 인간 동물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내가 동물적인 존재라는 거 말이다.
마무리할 때 신경과 연결된 다양한 기관들, 사지들, 말단들, 장기들을 전반적으로 실험해보았는데 소리가 잘 나왔다. 장기를 건드려서인지, 신경계와 연결된 성대와 후두를 인지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소리가 터져나오는 순간들이 있었다. 혹은 소리의 진동을 통해서 신경 줄기들을 알고 싶어했다. 어쩌면 숲에 있는 수많은 존재들은 이러한 감각으로 살아가는 걸까? 같은 공간에서 멀리 또는 가까이에서 들리는 소리들은 있지만 들리는 것을 들리는 대로 알고 있는 감각.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의식과 존재의 상태.
[출처] 주나모 <뇌와 함게 듀엣춤> [3]|작성자 종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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