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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풀기]
첫번째 날은 골격계를 인지하면서 몸을 풀었습니다. 나모의 가이드에 맞추어서 공간을 걷고, 팔을 움직이고, 무게 중심을 이동하며 움직였습니다. 시선에 의해서 척추가 구부러지기도 하고, 척추가 구부러지며 시선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보니 베인 브릿지 코헨의 바디마인드센터링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발생학적으로 앞, 옆, 뒤가 어떤 과정으로 발달하는지 배우고 있는데, 발생학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느꼈습니다. 몸은 인지하는 그대로 반영됩니다. 나모가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고 발화하면 나는 그 순간 몸이 선명해집니다.
[기어가기]
다음으로는 기어가기를 배웠습니다. 배를 붙이고 엎드려서 기어가보고, 엎드린 자세에서 네 발로 기어가는 자세로 전환하기를 하였습니다. 대각선 축을 인지하기 위함이었던 거 같습니다. 네 발 기기 자세에서 현자세(90/90자세)로 전환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자세로 앉는 이유는 다시 엎드리기에도 쉽고, 기어가는 자세로 전환하기도 쉽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손을 짚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발바닥에서부터 머리까지 연결된 회전(나선형) 축을 인지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손을 짚는 반대쪽의 손을 봐도 이상한 느낌은 아니었으나, 앞으로 짚는 손을 보는 게 더 알맞은 축이라고 느껴지긴 했습니다. 아기였을 때는 뼈가 말랑말랑 해서 아프지 않았지만, 성인이 되서 기어다니려니 무릎이 조금 아팠습니다.
[뼈, 인대, 건]
사물을 이용하여 몸의 뼈, 인대, 건을 탐색하였습니다. 스티로폼(뼈), 끈(건), 테라밴드(인대)를 가지고 3명이서 잡아당기며 사물이 가진 물성을 통해서 우리 몸의 뼈, 인대, 건의 물성의 성질을 감각하였습니다. 테라밴드는 인대라기엔 엄청나게 늘어나긴 했지만, 인대가 테라밴드와 같은 성질이 있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티로폼은 형태는 견고하지만 딱딱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몸의 뼈도 물을 머금고 있으니 그러한 상태와 비슷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고, 검은색 끈은 전혀 탄성이 없어서 잡아당기는 대로 힘이 전달되었습니다. 물건을 잡고 앉아서 하고, 서서 하고, 물건 없이 하면서 인대, 건, 뼈의 협응력을 체화하였습니다.
[뼈 스캔하기]
파트너링 작업으로 A가 눕고 B는 A의 뼈를 스캔하며 뼈의 생김새와 구조를 터치롤 통해서 이해하였습니다. 머리뼈는 비교적 터치를 통해서 잘 느껴졌습니다. 머리뼈와 갈비뼈 척추, 골반뼈의 모양을 이미지가 아닌, 터치(움직임)으로서 알아갔습니다. 스캔이 끝나면 A는 자신의 뼈를 움직입니다. B는 A의 환경이 되어주지만 방향을 제안하지는 않고 인지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B는 떠나가고 A 혼자 뼈를 탐색합니다. 골격계로 움직이는 감각을 몸으로 알아갔습니다.
[점과 축]
누워서 물주머니가 되어 공간을 굴러다니기도 하고, 배꼽이 점이 되어 말단이 점으로 모이고 뻗어나가면서 발생하는 움직임의 갈래를 만났습니다. 배꼽을 중심으로 가까워지고 멀어지지면서 팔과 다리, 정수리와 꼬리뼈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습니다. 점은 축이 되어 축을 구부리고 펼쳐보았습니다. 바리가 점과 축의 차이를 설명하기로 길이의 차이, 위/아래의 유무가 다르다고 하였습니다. 축으로 걸으면서 위와 아래를 느끼고, 앞과 뒤를 느끼고, 옆을 느끼고, 또다시 축의 휘어짐과 구부러짐을 느꼈습니다. 축으로 앉고, 서고, 굴렀습니다. 5명씩 축으로 존재하며 움직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저의 경우는 저의 존재의 기반이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축이 존재하니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관람자가 있는 환경에서 무대에 서면 바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거나, 관람자의 시선이 강한 압박으로 다가와 불안한 감정이 몸을 지배할 때도 있는데요. 축이 명확하게 존재하니 안정적이고, 내가 하는 행위들이 공간에 뚜렷하게 자국을 남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한, 축이 있으니 아메바적이라고 느꼈고, 골격계로 움직이는 느낌보다는 척삭으로 존재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척삭의 감각과 척추의 감각은 다른데요. 척추가 관절이 존재하여 분절되는 움직임에 가깝다면 척삭은 분절이 아니라 전체가 휘어지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바리 말로는 척삭은 '쫀득쫀득한', '쫀쫀한'이라는 형용사로 척삭을 묘사하였습니다. 나모는 축이 있으니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거 같다고 이야기하였고, 워크숍 참여자들 또한 안정감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바리는 이어서 여러가지 몸의 축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어떠한 축이 좋다 나쁘다 보다는 우리가 축을 무엇으로 삼고, 말단을 무엇으로 삼는지에 따라서 몸의 인식이 달라짐을 방점에 두고 움직임을 탐색하였습니다.
첫번째 축의 기준: 두개골부터 꼬리뼈까지의 축. 골반, 갈비뼈도 축에 포함한다. 그리고 팔과 다리(손발 포함)는 말단이 된다.
두번째 축의 기준: 두개골부터 꼬리뼈가지의 축. 갈비뼈, 골반, 아래턱, 목뼈, 팔, 다리는 말단이 된다.
세번째 축의 기준: 후두골부터 꼬리뼈까지의 축. 갈비뼈, 골반, 얼굴(눈코입), 팔, 다리가 말단이 된다.
첫번째는 전통적인 해부학적인 구분이고, 두번째와 세번째는 바디마인드센터링에서 바라보는 축의 기준입니다. 바리가 말이 축에 속해있을 때와 말이 말단에 속해있을 때의 차이를 소리의 톤이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찬가지 시선이 축으로 존재할 때와 말단으로 존재할때의 차이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후 파트너링을 통해서 움직임을 이어갔습니다. 첫번째로는 A가 첫번째 축을 기준으로 움직였고, B는 A의 축을 터치하여 A가 축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바리의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터치 또한 움직이는 연습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누군가를 터치하는 방법이 어렵게만 다가올 때가 있는데, 움직임 연습이라고 하니 뭔가 나의 연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결 편안해지는 거 같습니다. 두번째로는 A가 두번째 축을 기준으로 움직이면 B는 말단을 터치하기도 하고, 축을 터치하기도 하였습니다. 터치하는 사람도 축으로서의 골반과 말단으로서의 골반을 터치하는 감각이 다름을 인지하였습니다. 축으로서 터치할 때는 안착시키려는 의도가 생길 수 있고, 말단으로서 터치할 때는 방향을 제안하는 터치의 퀄리티가 생길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저에게 첫번째 축은 굉장히 묵직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축이 커서인지 기반이 단단한 느낌이 들었고, 그만큼 움직임의 범위가 제한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관절 사이의 움직임 범위가 평소보다 줄어든 느낌이었습니다. 두번째 축은 엄청난 자유를 느꼈습니다. 갈비뼈와 골반이 팔과 다리처럼 말단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리가 케이지로서 립이 아닌 날개로서의 립을 이야기했는데, 바로 그 표현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움직임들이 표현되었습니다. 세번째 축의 느낌은 중심은 거의 없고 말단만 가득한 느낌이었습니다. 말단이 부유하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시선이 말단이라고 해서 중심 없이 부유할 필요는 없었던 거 같은데, 두개골을 말단으로서 휘저으니 약간 어지럽기도 했습니다.
두번째 날
두 사람씩 만나서 어제 경험했던 것을 이야기 나누면서 시작했습니다. 축의 상태를 인지하며 말로 대화하다가, 축의 상태를 인지하며 몸으로 대화하였습니다. 축이 말단을 움직이게 하는지, 반대로 말단이 축을 움직이게 하는지를 실험하였습니다. 저는 이제막 몸이 깨어나는 상태라서 다이나믹하게 흘러가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적이면서도 파트너의 축을 듣는 몸으로 존재하였습니다.
출처 네이버
대퇴골을 두고 뼈를 살펴보았습니다. 연필이 뼈와 비슷한 구조를 가졌다고 합니다. 골막이라는 두 겹의 조직이 쌓여 있고, 치밀골이 있으며, 치밀골 안에는 골수가 있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뼈의 양쪽 끝에는 해면골이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골수는 피를 만들고, 혈관이 가로로 들어가 세로로 뻗어나간다고 합니다. 가장 핵심은 골수인데요. 골수는 액체성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골수들과 공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나모의 해부학적인 설명을 듣고, 이것을 접촉과 움직임을 통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1. 흉선: 흉골 바로 뒤쪽에 있는 내분비선의 하나. 심낭 위에 얹혀져 있는데, 좌우의 양엽으로 되어 있으며 사춘기 이후에는 점차 퇴화하여 성인에게 있어서는 거의 지방괴로 되어 있다.
2. 해면골: 뼈는 일반적으로 중앙부가 좁고 양단은 퍼져 있으며 연골로 뒤덮여 있다. 관절연골은 연골하골량으로 지지되고 있는데 그 밑에는 해면골이 있다.
3. 치밀골: 해면골질에 대해 골질만으로 구성되어 골수강을 갖지 않는 뼈조직. 연골내골화를 거쳐 직접 형성하는 경우와 해면골 재구축에 의한 경우가 있다. 기본적 구조는 하버스(Havers)계에 의해 구성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나모의 가이드에 따라 파트너링을 시작하였습니다. 손바닥과 허벅지 사이의 공간, 옷과 피부 사이의 공간, 피부와 지방 사이의 공간, 지방과 근육 사이의 공간, 근막과 근육 사이의 공간을 쉐이킹 하면서 몸의 여러 레이어를 차근차근 지나갔고 뼈까지 접촉하였습니다. 터치의 의도에 따라서 접촉의 퀄리티가 달라졌으며 내가 피부와 지방 사이의 공간을 접촉하고자 하면 그것이 가능해지는 것을 몸으로 경험하였습니다. 접촉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인해 손은 섬세해집니다. 골막을 접촉하고, 해면골을 접촉하여 뼈의 휘어짐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파트너가 나의 해면골을 접촉하여 구부렸을 때 뼈가 휘어지는 느낌이 들었으며 뼈가 이러한 탄력을 가질 수 있음에 놀라웠습니다. 이후 치밀골 안의 골수까지 접촉하였고, 골수에 진동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물주머니에 진동을 만들면 물이 진동하듯이 골수가 진동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손을 대고 진동을 만들 때보다 손 없이 입을 대고 진동을 만들었을 때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진동을 받은 골수뼈에 진동이 만들어지며 다른 골수들까지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으로 진동을 받았던 부위와 멀어질수록 진동이 덜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울림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터치받은 사람은 골수를 서서히 움직이면서 요가 자세, 움직임, 골수 퀄리티를 실험하였습니다. 뼈가 매우 가볍게 느껴졌고, 골수요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골수를 중심에 두고 부장가아사나를 한다면 전혀 다른 부장가아사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몸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의도를 잘 반영한다고 느꼈어요. 저는 흉선과 골수의 연결성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나모에게는 빛 같은 느낌을 준다고 했었는데, 저는 흉선의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흉선에 대한 이미지를 참고해서 다음에 다시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중력과 반중력]
바리가 중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우리가 무게를 가진다고 했을 때 지구와의 관계를 가지는 것이고, 몸은 이렇게 관계 속에서 규정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절대적인 몸 보다는 언제난 상대적인 몸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요가를 할 때도 완성된 형태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내 몸의 관계성에 더 집중하면 도움될 거 같습니다. 중력은 뼈를 타고 가는데요. 반중력이 있기 때문에 몸의 형태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음과 양처럼 언제나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죠. 어제 탐색했던 중심과 말단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중력선에 몸을 맞추었을 때 힘을 덜 들이고 앉고, 설 수 있기 때문에 중력선에 몸을 맞추는 것을 중립 상태로 바라봅니다. 머리 혹은 골반이 중력선에서 앞/뒤로 벗어나면 우리는 더 많은 힘을 사용하게 됩니다. 바리는 그러한 상태를 좋고, 나쁨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패턴화하지 않고 경험으로서 중력의 여러 길을 탐색하고자 하였습니다. 바리가 이야기해주었던 것 중 인상적인 것이 있는데요. 우리가 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가 중심이 깨지거나 무너지는 것인데요. 이상적인 상을 가지고 있으면 중심이 깨졌다는 판단이 들지만, 형태의 변화로 받아들이면 경험의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소마틱스는 기준을 나로 가져오는 연습인데요. 기준이 바깥에 있다면 중심이 무너진 것이 될 수 있지만, 기준의 나에게 있으면 중심이 달라짐/몸의 형태가 바뀜/뼈의 구조가 달라짐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경험하는 게 됩니다. 춤뿐만 아니라 몸을 수련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리의 가이드로 중력/반중력 탐색을 이어갔습니다. 양수에 잠겨 있는 상태로 시작하여 서기까지 진행되었는데요. 보니 베인 브릿지 코헨이 우리가 어렸을 때의 모습이 있고, 지금의 모습으로 달라져가는데 모습이 달라졌다고 해서 내가 어렸을 때의 몸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했는데요. 바리가 가이드해준 양수 명상(제 스스로 이렇게 부르는 겁니다)이 마음으로 와닿았습니다. 옛날에 바리가 가이드한 양수 명상은 양수를 상상하려고 애를 썼다면 지금은 양수에 있었던 기억이 마음으로 와닿습니다. 환경에 품겨있는 몸, 환경을 품는 몸, 무게를 내려놓는 것을 마음 껏 누리기, 몸안의 물과 몸 바깥의 양수의 물이 나의 몸을 터치하고 있음을 알기, 생각의 무게를 내려놓기, 장기의 무게를 내려놓기 등 바리의 가이드에 맞추어 시시각각 몸의 경험을 되찾아가는 것이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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